3. 내수전 전망대와 도동항 - 울릉도에 서다. 이야기를 싣고 온 발걸음

 3. 내수전 전망대와 도동항 - 울릉도에 서다.
 
 저동항으로 돌아오고 나니, 어느 새 가장 더운 시간대는 지나 버렸고 태양은 하산길에 들어서려 하고 있었다. 강릉에서 울릉도, 울릉도에서 독도, 다시 독도에서 울릉도. 그렇게 반나절을 배 안에서만 보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지겹지는 않았다. 배 안에서는 거의 잠만 잤으니까. 돌아오는 길에야 독도의 비경(祕境)이 지친 어느 정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기에 잠에 들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밤을 새며 강릉으로 달려왔던 피로감이 배 안에서 터져 나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덕분에, 마치 방금 처음 발을 디딘 듯이 다시 저동항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아까나 지금이나 잠에서 깬 상태는 동일했으니.

 
 저동항은, 다시 보아도 높았다. 항구인데 참 높았다. 부산이 그렇게 고저차가 극명하다던데, 아직가 본적은 없지만 아마도 여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그렇게 높은 건물이 아닌데도 터미널 뒤로 포진해 있는 건물들은 계단처럼 그 높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성인봉 자락으로 이어지는 산기슭이 아무런 전조도 없이 시작하고 있었다. 마치 이곳이 산골마을이라고 주장하는 마냥. 그렇게 큰 항구가 아니었기에, 잠시 발로 이 곳이 어떤지를 둘러 보면 어떨까 했다. 하지만 일행이 있었고, 계획한 다른 포인트에 들렀다 도동항에 있는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 생각까지 하면 시간이 빠듯했다. 서둘러 내수전 전망대로 향했다.
 
 
 
 내수전 전망대에는 도로끝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보통 길의 끝이라고 하면 어떤 여정의 종착지를 떠올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길은 모두 이어져 있고, 갈림길에 멈춰 서는 것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하지만 이 곳은 물리적인, 말 그대로의 길의 끝이었다. 아직 섬을 일주할 수 있는 순환도로가 완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쪽 길의 끝은 천부라는 마을이라 하였다. 천부에서 이어지는 관음도 쪽에서부터, 이곳 내수전까지 이어지는 터널은 올해 10월 넘어서야 완공된다는 이야기를 섬에 사시는 주민분에게 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내수전은 그 중 울릉도를 여행하는 길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싶다. 포항에서 출발할 때 들어오는 도동항 역시 이 곳 내수전에 가까운 부분인지라 가장 먼저 들러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차가 있는 곳에서 전망대까지 걸어가는 길은 그렇게 긴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망대까지 얼마 남지 않은 그 때,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발걸음을 멈추어 버렸다. 산과 물과 바람. 이제서야 어깨선을 드러내기 시작한 울릉도의 모습에.


 
 차로 올라온 고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인지, 전망대에 다 오르지도 않았는데 울릉도 동편의 경치가 한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의 것이 아닌 듯한 자연은 계속해서 우리와 함께 산비탈을 올랐던 것이다. 탄은 가쁜 호흡과 함께 쉬지 않고 섞여 나왔다. 맞닿은 듯 나누어진 수평선은 거울이 아닌가 하였다. 마치 하늘에 있어야 할 경치가 비쳐 보인 듯 하였기에.  

 여러모로 혀를 내두른 감상을 뒤로 하고, 석양과 함께 도동으로 내려왔다. 차길은 매우 구불구불하고 도로도 아스팔트가 아닌 시멘트 포장으로 되어 있어 무척 험했지만, 거리 자체는 얼마 되지 않았다.
 
 
 
 
 먼저 항구 근처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내려놓고 도동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도동 역시 아까 보았던 저동과 마찬가지로, 고저차가 매우 심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울릉도 제 1의 번화가(?) 답게 마을의 규모가 훨씬 컸다.

 하지만, 폭은 훨씬 좁았다. 도동은 높다란 절벽 사이에 위치해 있어, 해가 채 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늘이 져 있었다. 도동항에서 바라보자 그 모습이 더욱 확실해 보였다. 좁다란 협곡, 그 안에서 산자락부터 시작해 내려오는 집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계곡을 강물 대신 건물이 흐르는 것 같아 보였다.

 도동항 옆으로는 산책로가 있다. 해안가를 타고 저동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인데, 이게 산사태로 인해서 중간에 끊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 이 곳을 아예 보지 못하였을 때는 그 이야기 자체를 반신반의했다. 끽해야 해안가에 바위 몇 개 떨어진 정도로 산책로 자체가 폐쇄가 될 수 있나? 그러나 그것은 평생 본 해안가라고는 평범한 모래사장뿐인 사람의 오판이었다. 







 도동 산책로는 말 그대로 절벽에 위치해 있었다. 직접 와보고 나서야 왜 돌이 떨어져서 산책로가 폐쇄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어쩌고 하는 상투적인 표현은 여기에서는 조금 접어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묘사 해야 할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기에.  곧 바위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절벽자락에, 시멘트와 철골로 간신히 사람이 다닐 곳을 만들어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동틀녘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절벽 아래 가린 석양이 그림자로 절벽에 병풍을 기대어 놓은 모습이 좋았다. 아마 아침에는 정면으로 내리쬐는 태양에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와는 또 다른 높이에서, 지금은 직선으로 뻗어 있는 울릉도의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여행 첫날의 마지막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흘러갔다.






 저녁을 마치고 이대로 하루를 끝내기 아쉬워 맥주를 들고 밤산책을 나왔다. 바닷바람은 불고 있었지만, 이 곳의 밤공기도 그렇게 시원한 편은 아니었다. 산책로에 설치되어 있는 포장마차는 여전히 시끌벅적하였고, 부두에는 주민분들이 돗자리를 펴고 고기를 구워 드시고 있었다. 밤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전혀 바빠보이지 않았다. 지나다니는 헤드라이트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길을 밝히는 가로등만이 은은히 바다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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